“노인은 현명한 게 아니라 조심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위 글 제목은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94세의 그레피 백작이 우연히 알게 된 당시 탈영병 신분이었던
헨리의 인생에 관한 질문에 답한 말이다.
내가 젊었을 때는 이 말을 외교관 출신인 노인의
수사적(修辭的: rhetoric)인 표현이라 생각했었다.
내가 지금, 늙고 보니 그 말의 참뜻은 문자적인 것이 아니라
심오(深奧)한 철학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근거하여 세상을 보고 또 판단하게 된다.
경험은 어떤 이론보다 더 분명하기에 스스로는 그 주장을 굽히지 않게 된다.
노인은 살아온 세월만큼 경험도 많은 탓에 그런 문제에 자주 봉착된다.
어쩌면 그래서 생긴 말이 ‘늙은이 옹고집’일지도 모른다.
그레피 백작의 말대로라면 노인은 현명한 게 아니라고 했으니
어디에 나서지 않는 게 옳겠고,
만용(蠻勇)을 자제하는 것이 조심성이 많아지는 삶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노년에는 무엇을 따라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삶의 패턴과 타고난 성정이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성적인 판단에서 바꾸려 한다면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예민한 부분이 있다.
그게 좀 심한 경우를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자극만 받지 않으면 잊고 지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뭔가 불편하다면 그런 환경을 피하는 게
스스로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훨씬 수월하다.
노년의 건강은 정신건강과 직결된다.
스트레스를 피하는 가장 쉬운 요령은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하여,
오늘은 가까운 공원에 그네 타러 나갑니다! 1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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