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쓸쓸함에 대하여,
가을의 쓸쓸함에 대하여,
네 계절 중, 봄과 가을에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그걸 봄에는 춘심(春心) 혹은 춘정(春情) 이라 하고 가을에는 추사(秋思)라고 한다.
‘일지(一枝) 춘심(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하는 이조년(李兆年)의 시조 덕분에 대부분 춘심은 잘 안다. 반면에 추사는 그리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가을의 쓸쓸한 마음(autumnal sentiment)이 그 말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름이나 겨울엔 사람의 감성이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편적으로 봄 가을엔 그런 기분이 든다는 것일 게다. 춘심이나 추사를 글자 그대로를 새겨보면 봄에는 정분(情分)이 나기쉬운 계절이겠고, 가을은 이별이 연상된다.
이별에는 생(生)을 달리하는 이별도 있겠고,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이별도 있다. 그런 이별이 없는 사람도 가을은 쓸쓸하다. 대상이 없는 막연한 그리움이나 어느 소설 속의 주인공이 실존인물처럼 그리워지기도 하는, 가을은 묘한 동기부여를 한다.
몇 일전 신문에서 가톨릭 신부가 65세가 되면 신부직을 은퇴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8년간 교제를 나누던 여인이 신부의 절교 통보를 받고 고소를 하여 1,000만원의 위자료를 받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83년 미국 ABC TV에서 Thorn Birds 라는 미니 시리즈를 방영했었다. 로만 카톨릭 신부와의 러브 스토리이다. 후에 영화도 나오고 책도 나왔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오래 전에 본 것이라서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사랑과 고뇌가 배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사제가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파계(破戒)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종교보다 더 강한 게 사랑이라는 역설도 성립된다.
불륜에 엮기는 사람이라 해서 다 도덕성이 희박한 것은 아니다. 처녀 총각처럼 결혼 상대를 찾아 나선 것은 아니지만 우연이 만난 인연이 자신을 절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할 때 일어 나는 에피소드일 수도 있다.
불륜사건에 대하여 더 방방 뛰는 사람도 있다. 90년 대에 미국 유명한 TV부흥목사인 지미 베이커가 어떤 여인과의 스캔들이 노출 되었다. 그 때 역시 TV부흥목사인 짐 베이커가 특별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강력히 비난을 하였었다. 그 뒤에 짐 베이커 역시 창녀와의 관계가 노출 되었다. 그 여파로 TV를 통하여 예배를 보던 사람들이 헌금을 보내지 않아서 둘 다 목회를 접었었다.
남을 비난한다 해서 일순간에 도덕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은 위의 예에서처럼 같은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도덕군자로 포장을 해야 하는 잠재적인 반응이다.
쓸쓸한 마음은 자신을 찾게 되는 한 과정이기도 하다. 여름의 열정을 뒤로 하고 차분히 앉아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을의 의미이다. 모두 이 가을엔 외로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하여 삶의 환희를 만끽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10/2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