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의 편지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죠지아에서,

환이* 2018. 4. 12. 12:09


나는 아침을 주로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이용한다. 

그 이유는 재택근무자들이 흔히 잃기 쉬운 생활리듬을 

유지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


회사에 출근을 하는 것처럼 아침에 드라이브를 하면서 

주위 경관을 보는 것도 좋다.

봄이 되니 어제 다르고 또 오늘 다른 것 같다.


초목들은 스스로 봄을 입어서 초록으로 변했는데 

어쩌면 그들에게는 새로운 1년의 시작일 것이다.

이곳엔 dogwood 꽃이나 퍼플색의 등나무 꽃이 봄의 전령사인 셈이다. 


등나무는 넝쿨식물이라서 다른 나무기둥을 타고 올라가는데 몇 년 후엔 그 기둥노릇하던 나무가 고사한다.

식물에도 이처럼 배은망덕이 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인생이라는 게 뭘까 생각해 봤다.

'살아 가면서 각자 알아 가는 게 인생'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삶의 궤도가 각양각색인데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내린 인생에 대한 정의일지라도 그에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선하게 되려고 애쓰지 말고,

동시에 남에게 손해를 주지 않고 살면 그게 멋진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목월의 '윤사월' 시를 보면 한국에서는 음력 5월쯤 되어야 송화가루가 날리는 모양인데 

이곳은 지금 송화가루 탓에 차들도 온통 노란 색이다. 소나무가 많은 탓이다.

세차는 안 해도 태양광 판넬 청소는 매일 한다. 

송화가루를 뒤집어 쓰고 있는 탓에 발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 사월(閏 四月) /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 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어느 산 속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눈 먼 처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왜 하필 눈 먼 처녀일까?

봄은 시각뿐만이 아니라 청각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이 봄날에 나도 그리움을 음미해 보고 싶다.

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