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의 편지

겨울비는 처량하다.

환이* 2018. 12. 22. 12:07


겨울비는 처량하다.

 

스페인은 좋은 날씨가 지속되어서 예술인들이 많고

독일은 궂은 날들이 많아서 종교나 철학이 발달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불원간 이곳에서도 철학자가 나올 듯하다

근 일주일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계속되니 하는 말이다.

 

이런 날씨를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고도 한다

하늘이 찌푸렸다는데 인간의 기분이 성할 리가 없다

더러는 비 오는 날은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르기는 해도 겨울 비는 아닐 것 같다.

 

정비석 시인은 홀로 비를 맞고 서 있는 가로등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했다

새삼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겨울비는 산에 내려도, 들에 내려도 역시 쓸쓸한 기분이다

아무도 반겨주는 비가 아닌 탓이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 탓에 생각이 깊어져서 철학에 심취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철학은 제1인칭인 본인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세상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과학이 있기 전에는 철학이 상당부분 과학의 역할도 했었다

시작의 과정이 둘 다 관찰에서 기인되기 때문에 그렇다

한의학을 동양철학을 인용하여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름엔 습도가 올라가면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자칫 시비가 붙기도 하는데 

겨울비가 오는 날은 추위를 느끼는 그 경계선의 기온이라서 

몸의 내분비계통에도 혼란이 온다

그런 기분은 으시시하다라고 한다

때문에 차라리 좀 더 추운 게 몸이 적응하기가 수월하다.

 

물 맛도 차던지, 뜨겁던지의 어느 한쪽이면 더 좋듯이 

인간미도 그래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박쥐인생 정치인들은 스스로 터득한 출세비결이 결국 올무가 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게 궁금하다. 12/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