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의 편지

이민자들의 명절 증후군(症候群).

환이* 2017. 10. 3. 06:28


(위 사진은 미국 민속화가 Norman Rockwell의 그림을 재현하기 위한 연출한 모습입니다)


이민자들의 명절 증후군(症候群).

 

한국에서는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앓는다는데 미국에서는 명절 후에 애완동물들이 병이 많이 난다명절에 남은 음식을 먹인 탓이다추수 감사절에 터키를 구우려면 기름을 바르면서 뒤집어야 하고 최소 다섯 시간이 걸린다그래도 즐겁다고들 한다.

 

이제는 세월이 변하였으니 명절에 상차림을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 본다제사음식은 옛 시절의 음식이다홍동백서(紅東白西그런 걸 따지지 말고고인이 생전 즐기던 음식을 차려서 가족끼리 담소를 하면서 나누어 먹는 것이다교회나 동네에서 Pot Luck 하는 식으로 자식들 각자 음식을 한가지씩 해 가지고 와서 차례상에 올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머니아버지이건 칠레에서 수입해온 포도인데 당도도 좋습니다한번 드셔 보세요라고 한다면 그걸 거절할 조상도 없을 것이다그러다 보면 명절 증후군이라는 것도 전설로 남을지도 모른다.

 

양반은 제사상의 상차림의 격식에서가 아니라 자손들의 행동거지(行動擧止)에서 다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그래서 옛날에는 가문의 명예를 위하여 자진(自盡)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민자들은 미국의 명절에서는 지난 해의 명절이 생각나고한국의 명절에서는 향수가 되 살아 난다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데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그렇다미국에 와서도 한국식으로 차례를 지내는 집들도 있다.

 

가끔 교포가 한국을 다녀와서 한국의 사회상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본다열등감 탓이다미국엔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 일등시민으로 착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각 인종들이 모인 탓에 부정적인 면을 따지자면 한국보다 더한 면도 있다특히 라티노들은 더하다.

 

자기민족을 고발하는 글이나 영화로 국제상을 받는 들도 있다타민족에서는 볼 수 없는 기현상이다작가 한강이나 영화감독 김기덕이 그런 류의 사람이다무슨 국제상을 받았다는 말에 주눅이 들어서 다른 이들이 비난을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나이 서른에 미국에 와서 다시 40년을 이곳에서 살았으니 한국에서 보다 10년을 미국에서 더 산 것이다미국의 좋은 점 못지 않게 한국에도 좋은 점들이 많다다만 서구문물이 다 합리적이라고 착각하여 분별없이 받아 드리는 풍토가 걱정이 된다.

 

어찌 되었든,

고국에 계신 여러분들 모두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하여 온 가족이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10/2/2017.